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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67 - 신동엽의「껍데기는 가라」

by 장돌뱅이. 2017. 5. 11.

JTBC와 KBS에서 특별 스튜디오를 광화문 광장에 설치하여 개표 방송을 한다고 예보를 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방송국의 예측을 은연중에 드러낸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장은 작년 10월 말 이래 매 주말이면 '꽃'들의 함성과 아우성으로 어우러졌던 현장이기에.

어제 저녁 아내와 광화문으로 나갔다.

솔직히 내가 한 표를 행사한 후보의 당선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바라던 최소한도의 성과조차 기뻐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문재인 당선자를 위한 무대 쪽으로는 벌써 사람들이 몰려들어 가까이 접근하기 힘들었다.
구태여 무대 앞까지 갈 이유가 없어 발길을 돌려 세종문화 회관 앞 계단에서 중계 차량의 화면을 봤다.
사람들은 문재인을 연호했고 무대에는 당 경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다른 후보들까지 올라와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이제까지 우리 정치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모습이어서 훈훈해 보였다.
아내와 나도 손을 흔들고 박수를 쳤다.

해묵은 역사적 적폐의 쓰레기 너머 따뜻한 자유와 평등과 평화의 세상.
아직 그곳은 멀고 아스라하다.
이제 '촛불시즌1'이 끝났을 뿐이다.
오늘은 그 '시즌2'를 새롭게 시작하는 날
이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1967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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