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66 - 백무산의「선량한 권력」

by 장돌뱅이. 2017. 5. 2.


현실은 내 꿈을 '죽은 표'라 낙인 찍으며 손을 벌린다.
협박이거나 유혹이다.
그 놈의 '현실적 가능성'이라는 포장으로...

벌써 수십 년이다.
냉철하게 혹은 뜨거운 가슴으로 돌아보라.
배반의 현실이거나 비겁한 타협이거나 결과는 참담했다.
충분하지 않은가.
이제 먼길을 가더라도 꿈을 심고 키워야 한다.
우리 앞에 '선량한 권력'을 세우기 위해서.
그 권력을 지배하기 위해서



옥상에 놓인 물탱크 청소를 한다
언제부터인가 수도에서 냄새가 났다
발목까지 빠지는 침전물이 썩어
악취가 나고 온통 하수도나 같다
물은 계속 들어오고 또 나가므로
언젠가 새 물갈이가 저절로 되리라 믿었던가
썩은 물이 빠지고 천천히 선량한 권력이 들어올 것이라 믿었던가

행여 이타적인 권력을 꿈꾸는가
정직한 권력을 꿈꾸는가
착하고 선량한 권력을 못내 기다리는가
이타적인 자는 권력 경쟁의 무기가 항상 부족하고
착한 성품은 더이상 권력을 꿈꾸지 않는다
정직한 자는 스스로 백의 종군을 원한다

행여 아름다운 권력을 꿈꾸는가
혹시 겸손한 권력을 기다리는가
그렇다면 권력을 지배해야 한다
권력은 종말에 가서야 아름답다
아름다운 권력은 박살이 난 권력이다
모든 걸 잠그고 끄고 한번씩 비우는 순간
권력은 그때만 겸손하다
권력 아닌 것으로 권력을 비우라
그렇다면 권력을 지배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