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63 - 이수복의「봄 비」

by 장돌뱅이. 2017. 3. 5.


사진은 요즈음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까지 쏠린 헌법재판소의 모습입니다.
재작년엔가 우연하게 방문할 기회가 있어 별 의미를 두지 않고 핸드폰으로 찍어두었는데,
어지러운 시절 덕분에(?) 
블로그에도 올리게 됩니다. 

드디어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이번 주엔 이곳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긴 겨울 동안 광화문에서 보낸 (19번의) 토요일 밤의 열정은
분노와 아름다움이 함께 한 기억이었습니다만 이제 흐트러진 것들이 바로 잡혀
새로운 봄엔 계절의 서정을 어느 때보다 진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강나루 긴 언덕에 짙어오는 풀빛이며
맑은 하늘의 새들과
나른한 햇살 속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더군다나 오늘이 경칩이라니 그런 봄을 생각하며 시를 읽어봅니다.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1955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