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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70 - 노천명의「장날」

by 장돌뱅이. 2017. 10. 2.


*위 사진 : 광장시장


어린 시절 추석이 다가오면 부모님은 청량리시장이나 동대문시장을 다녀오셨다.
차례용품과 자식들의 추석빔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어떨 때는 떼를 써서 따라가기도 했지만 그러지 않은 날엔 부모님의 귀가를 목을 빼고 기다리곤 했다.
빔보다도 간절한 '오꼬시'나 '센베이' 과자 때문이었다.

아래 노천명의 시 중에 대추와 싸리문과 삽살개는 귀에 익다.
열하룻장, 성황당, 사시나무, 나귀방울 등은 내게 시공간적 거리가 있는 말이다.
그래도 추석이 다가오면 그런 모든 옛말들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다만 기다려도 오시지 않을 먼곳 부모님에 가끔은 허전하고 애틋해질 뿐이다.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절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우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노천명의 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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