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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72 - 이재무의「상갓집에는 신발들이 많다」

by 장돌뱅이. 2017. 10. 31.


*위 사진은 2012년 미국 LA에서 찍은 장례식 모습이다.


갑작스런 대학 친구의 부음.

부모님 대의 문상과는 다른 분위기.
친구의 단정한 영정을 둘러싼 화사한 꽃 단장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황망함이 먼저였고 살얼음 같은 애잔함과 얼마간의 두려움이 뒤를 이었다.

친구들은 여기저기서 놀란 눈을 닫지 않은 채 속속 모여 들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춰 술잔과 

망자와의 추억과 문득 가까이 온 듯한 죽음에
대해
두서없는 이야기 나누었다.
불멸의 우주는 그 안에 존재하는 숱한 존재들의 필멸로 이루어진다는 
한 때 명료한 아침 종소리 같던 그 말은 위로도 되지 않았고
그럴 듯하지도 않았다.


상갓집에는 신발들이 많다
경향 각처에서 꾸역꾸역 모여든
문수 다른 이력들
갖가지 체위로 엇섞여
팔베개하고 있거나 후배위로 올라타거나
가슴에 다리 척 걸쳐놓거나
다른 짝과 배맞춰 나란히 누워있기도 하다
보라, 저 적나라한 관계들의 문란
수십 켤레의 신발 바꿔 신다 가는 거
그게 인생이
신장개업한 술집처럼 이상한
활기에 들떠 있는 상갓집
뒤늦게 달려온 신발 한 켤레
신고 온 중년을 재빠르게 벗어놓고는
훌러덩 뒤집어져
천장 향해 뒷축 닳은 바닥 보이고 있다

             -이재무의 시, 「상갓집에는 신발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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