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비1 가을비 내려 좋은 날 입동을 앞두고 한 이틀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서도 햇빛이 났다가 어두워졌다가 일기의 변화가 무쌍했다. 마치 여름 같던 이상고온의 가을를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 서둘러 털어내려는 것 같았다. 늦가을비가 종일 오락가락한다 잔걱정하듯 내리는 비 씨앗이 한톨씩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문태준, 「늦가을비」- 이번 비는 잔걱정 하듯 가만가만 내리지 않고 위 그림 속처럼 요란을 떨며 내렸다. 바람도 창문을 흔들며 세차게 불었다. "집에 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날씨야." 나의 말에 아내가 말했다. "장돌뱅이한테 안 좋은 날씨가 있나?" 이런 날은 으레 전(煎)을 부쳐먹고 싶은 지수(指數)가 높아진다. 달궈진 후라이판 위에 반죽을 놓을 때 차르르 하는 소리부터가 맑은 날과는 다르게 차분하다. 노릇하고 바삭하게 익은 전으.. 2023. 11.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