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을 앞두고 한 이틀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서도 햇빛이 났다가 어두워졌다가 일기의 변화가 무쌍했다.
마치 여름 같던 이상고온의 가을를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 서둘러 털어내려는 것 같았다.


늦가을비가 종일 오락가락한다
잔걱정하듯 내리는 비
씨앗이 한톨씩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문태준, 「늦가을비」-
이번 비는 잔걱정 하듯 가만가만 내리지 않고 위 그림 속처럼 요란을 떨며 내렸다.
바람도 창문을 흔들며 세차게 불었다.
"집에 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날씨야."
나의 말에 아내가 말했다.
"장돌뱅이한테 안 좋은 날씨가 있나?"



이런 날은 으레 전(煎)을 부쳐먹고 싶은 지수(指數)가 높아진다.
달궈진 후라이판 위에 반죽을 놓을 때 차르르 하는 소리부터가 맑은 날과는 다르게 차분하다.
노릇하고 바삭하게 익은 전으로 밥대신 세 끼를 먹었다.
아내는 '모태 전순이'고 나는 아내를 따라 '전돌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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