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집에서1 내가 읽은 쉬운 시 120 - 김정환의「닭집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달력에 앞서 자연의 변화를 보며 씨를 뿌리거나 수확하는 시기를 감지한다고 한다. 감꽃이 피면 올콩을 심고, 감꽃이 지면 메주콩을 심는다거나 진달래가 피면 감자를 심고, 고추잠자리가 날면 배추를 심고, 옥수수의 수확 시기는 새 파먹은 자국을 보며 안다고 한다. 농민에는 못미치겠지만 비슷한 감각과 지식으로 아내는 제철의 식재료를 기억하여 일년 먹을 양식거리를 준비한다. 몇년 새 내가 부엌 살림을 한다고 수선을 피우지만 사실 상차림의 기본을 이루는 음식들은 여전히 아내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유월만 해도 아내는 메실장아찌와 메실청을 만들고, 들깻잎을 절이고, 햇마늘을 갈아 냉동실에 저장하고, 오이지도 담궜다. 시기를 놓치면 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그러다보니 집에서 가까운 대형마트 대신에 .. 2019. 6.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