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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도너츠2

오늘을 준 당신 오후 늦게 산책을 하는데 비가 쏟아졌다.원래 가려던 카페를 포기하고 가까운 던킨도너츠에 들었다.빵집과 그곳에 배어 있는 달콤한 빵냄새는 늘 나를 유년의 기억으로 이끈다.초등학교 입학 무렵 아버지와 서울 청량리의 한 제과점 (베이커리, 서양빵집 외 뭐라고 부르던 )에 간 적이 있다. 가게 이름이 무슨무슨당 (태극당? 은 아닌 것 같고)이었다.아버지와 함께 시내까지 외출을 한 목적은 아마 명절을 앞두고 목욕을 하러 나왔을 것이다.서울의 변두리 내가 살던 동네에는 공중목욕탕이 없던 시절이었다.목욕을 마치고 아버지는 질 좋은 향나무 연필과 공책에 장난감까지 사주셨다. 그리고 갈비탕 같은 음식을 먹던 여느 때와는 다르게 나를 그 빵집으로 데리고 가 따끈하게 데운 우유와 나로서는 처음 먹어보는 몇 가지 빵을 사주셨.. 2024. 7. 8.
병원 졸업 "이제 병원에 오실 필요가 없습니다. 뼈는 완벽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생활을 하시면서 손상된 근육을 다시 키우세요." 의사가 말했다. 백여 일만에 아내의 허리 문제가 병원에서 졸업 또는 독립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외래 일정도 없어졌고 주사도 없어졌다. 의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합격 통지서를 받은 수험생처럼 의기양양하게 병원문을 나섰다. 나는 힘든 시간을 견뎌낸 기특한 아내에게 맛난 저녁을 내겠다고 하고, 아내도 그동안 고생했다며 나에게 그러겠다고 했다. 우선은 예전에는 자주 갔지만 지난여름 이후로 가보지 못했던 공원을 오래 걸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춥지 않았다. 혹한의 겨울을 견디는 나무들이 의젓해 보였다.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 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 2022.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