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외냉국1 내가 읽은 쉬운 시 132 - 안도현의「물외냉국」 어릴 적 오이를 잘라 가운데 부드러운 부분을 손가락으로 파내고 잔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물을 담아 어른들이 술을 마실 때 내는 "카아!" 소리를 흉내내며 친구와 여러번 대작을(?) 하다가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았다. 애초 술을 상상하기보다 물에서 나는 향긋한 오이 냄새가 좋아서 한 짓이었다. 그 무렵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오이냉국. 펌프 물인데도 그릇에 이슬이 맺힐 정도로 시원했다. 막걸리 식초를 넣어 새콤해진 맛도 잠시 더운 여름을 쫓는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오이가 아삭하게 씹힐 때마다 입과 코에 퍼지는 은은한 향기가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딸아이는 바로 그 향기 때문에 오이를 싫어한다.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가 같다는 말은 이럴 때 정확히 들어맞는다. 아쉽지만 그래서 오이냉국은 딸아이와.. 2019. 8.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