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붙어서다1 내가 읽은 쉬운 시 74 - 김사인의「바짝 붙어서다」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골목길에서 자주 보게 되는, 헌 신문지와 종이 상자를 모으는, 졸아든 듯 작은 체구와 굽은 허리, 흰 머리의 고랑진 얼굴. 누군가 그들이 모으는 폐지의 가격이 국제 유가의 변동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을 때 나는 우리의 세상을 엮고 있는 어떤 촘촘한 그물망을 생각해 보았다. 한겨울의 칼바람을 마주하며 밀차를 잡고 걸어야 하는 그들의 시린 발걸음이 세상의 법과 제도와 경제와 정치가 만든 그 촘촘한 그물의 한 매듭이라면 한결 가뿐하게 집으로 돌아갔을 한 젋은 금수저에게 주어진 성긴 매듭과 똑같은 씨줄과 날줄로 엮은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두 매듭 사이의 아득한 거리는 상상으로도 가늠하기 힘들만큼 멀어 보인다. 입춘이지만 유난스레 추웠던 하루가 꼭 날씨 탓만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굽은 허리.. 2018. 2.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