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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4

'용비어천가' 현대사 굴곡 많은 우리 현대사에서 권력을 칭송하는, 몸을 오글거리게 하는 내용의 '용비어천가'가 낯설지 않게 있어 왔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은 이승만대통령을 찬양하는 노래를 작사했다. 이 노래는 이승만이 권좌에서 쫓겨난 뒤에도 한참 동안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부를 정도로 알려졌다.우리나라 대한나라 독립을 위하여, 여든 평생 한결 같이 몸 바쳐 오신,고마우신 리 대통령 우리 대통령, 그 이름 길이길이 빛나오리다.오늘은 리 대통령 탄생하신 날, 꽃피고 새 노래하는 좋은 시절,우리들의 리 대통령 만수무강을, 온 겨레가 다 같이 비옵나이다.- 「우리 대통령 노래 」-그는 (박정희) '대통령 찬가'에도 가사를 지었다. 맑고 순수한 서정을 상징하는 청록파 시인의 재능이 부정한 권력 찬양에 쓰였다는 사실은.. 2025. 1. 23.
평온한 날 평온한 마음 손자저하가 집에 오는 날.점심 무렵에 도착하기에 아침부터 음식을 만들었다.저하가 좋아하는 치킨마요에 고명으로 쓸 달걀채부터 시작했다. 아내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동그랑땡과 김부각을 부치고 튀겼다. 두 명의 저하들은 아무 거나 잘 먹어주어서 우리를 기쁘게 했다. 첫째와 달리 둘째가 콩밥을 잘 먹는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어른들을 위해 샐러드와 불고기, 북엇국 그리고 얼마 전 태국 여행에서 사 온 소스로 "꿍팟뽕커리(Fried Shrimp with Curry Sauce)"를 만들었다. 밥을 먹고 나서 나는 새로운 마술 몇 가지를 첫째에게 알려주었다. 첫째는 신이 나서 그것이 마치 자신이 갈고닦은 비기(秘技)인 것처럼 의기양양 식구들에게 선 보였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여러 가지 놀이와 게임을 시작했다.. 2022. 7. 12.
내가 읽은 쉬운 시 28 - 박목월의「나그네」 나그네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 지훈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 남도삼백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박목월의 시를 이야기하면서 「나그네」를 빼놓을 순 없다.「나그네」는 1946년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이 함께 발간한 시집 『청록집』에 수록되었다.1940년대 초 조지훈이 박목월에게 보낸 시 「완화삼(玩花衫)」 가운데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라는 대목에서 힌트를 얻어 박목월이 화답시로 조지훈에게 보낸 작품이다.완화삼은 꽃을 보고 즐기는 선비를 의미한다.당시 20대였을 젊은 시인들의 문학적 나눔이 격조가 있어 보인다.「나그네」는 우리의 토속적 음률과 서정으로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선명하고 참신한 이미지를 성공적으.. 2015. 5. 3.
내가 읽은 쉬운 시 27 - 박목월의「윤사월」 출장에서 돌아오니 아파트 화단의 봄꽃이 장관입니다. 아내는 창가로 다가갈 때마다 만개한 꽃들을 내려다보며 “어쩜! 저 꽃 좀 봐!” 하며 감탄을 반복합니다. 그렇게 어느새 사월이 된 것입니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오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이고 엿듣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과서에서「윤사월」을 읽었습니다. 시기를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이 시의 색조를 묻는 중간고사 시험 때문입니다. 그때 나는 “초록”을 답으로 골랐고 정답은 “노랑”이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나의 질문에 선생님은 송홧가루와 윤사월, 그리고 꾀꼬리라는 시어가 주는 노란 색감이 시를 관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수업시간 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약간의 질책성의 어조로.) 나는 .. 2015.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