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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평온한 날은 평온한 마음으로

by 장돌뱅이. 2022. 7. 12.


손자저하가 집에 오는 날.

점심 무렵에 도착하기에 아침부터 음식을 만들었다.
저하가 좋아하는 치킨마요에 고명으로 쓸 달걀채부터 시작했다. 아내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동그랑땡과 김부각을 부치고 튀겼다. 두 명의 저하들은 아무 거나 잘 먹어주어서 우리를 기쁘게 했다. 첫째와 달리 둘째가 콩밥을 잘 먹는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어른들을 위해 샐러드와 불고기, 북엇국 그리고 얼마 전 태국 여행에서 사 온 소스로 "꿍팟뽕커리(Fried Shrimp with Curry Sauce)"를 만들었다. 


밥을 먹고 나서 나는 새로운 마술 몇 가지를 첫째에게 알려주었다. 첫째는 신이 나서 그것이 마치 자신이 갈고닦은 비기(秘技)인 것처럼 의기양양 식구들에게 선 보였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여러 가지 놀이와 게임을 시작했다. 오후 내내 반복된 윷놀이와 UNO게임, 폭탄게임, 개구리게임 등에 지루해하지 않았다. 둘째는 자신도 끼워달라고 낑낑대며 주위를 맴돌다 첫째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저하들은 틈틈이 개인기를 자랑했다.

첫째는 세 자릿 수의 덧셈을, 둘째는 혼자서 하는 점프와 여러 가지 동물 울음을 새롭게 보여주고 들려주었다.

저녁 늦게 저하들이 돌아간 후 아내와 나는 잠시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어야 했다.
손님맞이로 정리정돈과 청소를 해둔 집은 다시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었다. 
아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한바탕 전투를 치르다 갑자기 적막한 절간으로 공간이동을 한 것 같네. 그래도 세상에 무엇이 그렇게 이쁘겠는지······."
우리는 평온함이 반드시 고요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생각하며 뒷정리를 시작했다.


아무 근심도 걱정도 없이

평온한 날은
평온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게 하십시오.
양지바른 창가에 앉아
인간도 한 포기의
화초로 화하는
이 구김살 없이 행복한 시간
주여
이런 시간 속에서도
당신은 함께 하시고
그 자애로우심과 미소지으심으로
우리를 충만하게 해 주시는 

은총을 깨닫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평온한 날은 평온한 마음으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게 하시고
강물 같이 충만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게 하십시오.
순탄하게 시간을 노젓는
오늘의 평온 속에서
주여
고르게 흐르는 물길을 따라
당신의 나라로 향하게 하십시오.

- 박목월의 시 「평온한 날의 기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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