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비가 와서 좋은 날

by 장돌뱅이. 2022. 7. 13.

비 오는 날은 전(煎)을 부른다. 막걸리는 자동으로 따라오는 부록쯤 되겠다.
이 블로그의 지난 글을 뒤져봐도 비 오는 날엔 전에 관한 글이 많다.
(*이전 글 참조 : 비 오는 하루)

비 오는 하루

비가 오는 날은 같은 음악과 커피를 듣거나 마셔도 맑은 날과는 느낌과 맛이 다르다. 혹은 보통 때와는 다른 분위기의 음악과 다른 맛의 커피를 찾기도 한다. 아내는 날이 우중충하면 평소에는

jangdolbange.tistory.com

오이소박이를 담그고 남은 부추로 전을 부쳤더니 달랑 두 개가 나왔다.
양이 적다 보니 맛은 더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진한 아쉬움을 떡볶이로 달래기로 했다. 근래에 들어 떡볶이는 길거리 음식이나 분식집의 대표 메뉴가 되었지만 옛날부터 '병자(餠炙)'라는 이름으로 어엿하게 존재해 온 음식이라고 한다. '餠'은 '떡 병'이고 '炙'은 '구울 자'(혹은 '구울 적')이다. 소고기와 채소를 한 꼬챙이에 꿰어 굽는 산적(散炙)을 말할 때도 이 '炙'을 쓴다.

내가 만들 줄 아는 국물떡볶이와 궁중떡볶이 중에 오늘은 아내가 국물 쪽을 원했다. 국물떡볶기의 주 재료 중 하나인 양배추가 없었지만 '냉파'가 목적이기도 하므로 양파와 파를 좀 더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고추장과 올리고당 등의 양념을 풀고 끓이다가 떡과 어묵을 넣었다.
그리고 한소끔을 끓여 비를 주제로 한 음악과 노래를 들으며 점심으로 먹었다.

국물떡볶이라  먹고 나니 국물이 남았다.
아내가 저녁에 그걸로 밥을 볶아(비벼) 먹자고 했다. 맛이 좋아 그냥 버리기 아깝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음식으로 저녁까지 해결!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직 싫증이 날 '군번'은 아님에도 이럴 땐 횡재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김가루와 참기름을 더하고 밥을 볶아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녹여서 올렸다.

비가 와서 좋고, 전과 떡볶이가 맛있어서 좋은 하루였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에 걷기  (0) 2022.07.16
미안하지만 라면  (0) 2022.07.15
평온한 날은 평온한 마음으로  (0) 2022.07.12
더위를 피하는 세 가지 방법  (0) 2022.07.10
『당신이 옳다』  (2) 2022.06.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