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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밤에 걷기

by 장돌뱅이. 2022. 7. 16.


한 여름 낮 더위를 피해 7월부터는 밤에 걷는다. 일찍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서는 것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주기를 기대하면서 강으로 가지만 더위는 밤까지 완강할 때가 많다.
게다가 아무래도 어둡다 보니 낮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강변엔 우리처럼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이 풍경이고 풍경이 사람이다.
한강을 건너는 육중한 다리마다 불이 켜지고 불빛은 강물에 떨어져 색동빛으로 빛난다.

아내와 서로 속도와 보폭을 맞추어 걸으면서 각자 기도를 하고 함께 이야기와 침묵을 나눈다.
이런 밤나들이를 여름이 다 가도록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보조를 맞추면서 함께 걷는다는 이 섬세한 행위는 두 사람을 감정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결속시킨다. 연인들은 저녁을, 거리를 , 세계를 걸으면서 한 쌍이 된다는 느낌을 알게 된다. 함께 소요한다는 것은 무위에 가까운 행위 방식으로서 서로의 존재 속에서 서로를 사랑하게 만든다. 게다가 함께 소요하는 연인들은 끊임없이 말할 필요도, 또 대화가 어려울 만큼 다른 일에 몰두할 필요도 없다. 

- 레베카 솔닛, 『걷기의 역사』 중에서 -


늦은 밤 산책 길에는 가끔씩 위 사진처럼 텅 빈 거리를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잠깐이지만 길도 편하게 누워 쉬는 것 같아 여유롭다. '평온한 밤'이라는 말이 어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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