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전(煎)을 부른다. 막걸리는 자동으로 따라오는 부록쯤 되겠다.
이 블로그의 지난 글을 뒤져봐도 비 오는 날엔 전에 관한 글이 많다.
(*이전 글 참조 : 비 오는 하루)
오이소박이를 담그고 남은 부추로 전을 부쳤더니 달랑 두 개가 나왔다.
양이 적다 보니 맛은 더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진한 아쉬움을 떡볶이로 달래기로 했다. 근래에 들어 떡볶이는 길거리 음식이나 분식집의 대표 메뉴가 되었지만 옛날부터 '병자(餠炙)'라는 이름으로 어엿하게 존재해 온 음식이라고 한다. '餠'은 '떡 병'이고 '炙'은 '구울 자'(혹은 '구울 적')이다. 소고기와 채소를 한 꼬챙이에 꿰어 굽는 산적(散炙)을 말할 때도 이 '炙'을 쓴다.
내가 만들 줄 아는 국물떡볶이와 궁중떡볶이 중에 오늘은 아내가 국물 쪽을 원했다. 국물떡볶기의 주 재료 중 하나인 양배추가 없었지만 '냉파'가 목적이기도 하므로 양파와 파를 좀 더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고추장과 올리고당 등의 양념을 풀고 끓이다가 떡과 어묵을 넣었다.
그리고 한소끔을 끓여 비를 주제로 한 음악과 노래를 들으며 점심으로 먹었다.
국물떡볶이라 먹고 나니 국물이 남았다.
아내가 저녁에 그걸로 밥을 볶아(비벼) 먹자고 했다. 맛이 좋아 그냥 버리기 아깝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음식으로 저녁까지 해결!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직 싫증이 날 '군번'은 아님에도 이럴 땐 횡재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김가루와 참기름을 더하고 밥을 볶아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녹여서 올렸다.
비가 와서 좋고, 전과 떡볶이가 맛있어서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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