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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만2

해 지는 풍경을 넘어 해 지는 쪽으로 가고 싶다.들판에 꽃잎은 시들고나마저 없는 저쪽 산마루- 박정만, 「해 지는 쪽으로」-자신의 존재를 뛰어넘어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려는 의지를 담은 불교의 선시(禪詩) 같지만, '들판에 꽃잎은 시들고'가 발목을 잡는다. 혹 모든 것이 스러지는 해질녘, 고통에 몸부림치는 지금 여기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시인 박정만의 삶이 시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80년대 이른바 '한수산 필화 사건'에 연루되어 보안사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은 후  후유증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애초에 그 필화 사건이라는 게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박정만의 경우는 더 황당한 일이었다.한수산은 7080 시대에 감각적인 문체의 소설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던 작가였다.떠돌이 유랑곡마단의 쇄락해져가.. 2024. 8. 29.
내가 읽은 쉬운 시 115 - 박정만의 「작은 연가(戀歌)」 금요일 저녁. 백수에게 주말과 주중이 다를 리 없건만 한결 마음이 느긋해진다. 아직 '직장물'을 미처 못 씻어냈다는 뜻인가. 서쪽 노을이 붉다. 바람도 선선하여 앞뒤 베란다의 문을 활짝 열고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한다. 오늘 저녁은 준비할 게 크게 없다. 조리공부 시간에 만들어 싸가지고 온 음식을 데우면 된다. 오미자소스 돼지갈비찜과 쭈꾸미미나리무침, 그리고 새송이버섯장조림. 외출에서 돌아온 아내는 등 뒤 식탁에 앉아 낮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친구의 딸 결혼에 관한 이야기이다. 삼십 대 중반의 나이로 부모의 은근한 염려를 받더니 드디어 짝을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이 다 스노우보드 매니아라 신혼여행도 미루었다가 우리나라가 한 여름일 때 보드를 타러 지구 남반부로 간다고. 젊은 세대답다는데 아내와 동의.. 2019.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