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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2

우리는 명령한다 언젠가 나의 날도 있겠지언젠가 우리의 세상도 오겠지 담장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라도퇴장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해그렇다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너른 운동장을 질주하며높이높이 울려 번지는 메아리굽이치는 역사가 닿을 때까지식욕이 없으면 마른 침이라도 삼키면서남아서 흔들리지 않게기다리는 것이 아름답다이제 막 멀리 자동차 소리누군가 달그락달그락 밥짓는 소리오늘도 새날이다깨어 있어야 한다슬픔 눈동자를 감추고믿어야 한다 역사는 굽이친다는 것을그래, 대동강에 돌팔매질을 하고만주벌판의 흙먼지를 가르면서아프리카의 사파리 국립공원으로 향하는거침이 없는 날이 있겠지 언젠가우리의 세상도 오겠지나의 날도 있겠지- 박철, 「역사는 굽이친다」-"존엄과 폭력이 공존하는 모든 장소, 모든 시대가 '광주'가 될 수 있다"고 작가 한강은.. 2024. 12. 7.
내가 읽은 쉬운 시 77 - 박철의「그네」 집 근처 한 대학을 산책하다가 마주친 현수막. "신입생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아 그래 3월이지! 아득히 사십 년 너머, 특별한 꿈을 담지 않았는데도 근거없는 기대감만으로 가슴이 부풀던 시절. 가끔씩 너무 멀리 떠나와 있다는 새삼스러운 자각에 명치 끝이 아려올 때가 있다. 딛고 선 예각의 발판이 날카롭게 발바닥을 찌르며 중심을 흐트릴 때도 있다. 영화 『박하사탕』 속의 설경구처럼 "나 돌아갈래"라고 외쳐야 할까? 아직 "슬픔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빼앗지 못함"을 쉽게 인정하지도 못하는데. 가고 올 것이다 우리가 흔들려 마음의 수(繡)를 놓으니 세상의 온갖 즐거움 아이들의 아우성조차도 가선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정작 우리가 내리지 못한 이 여행길 기차는 떠나고 비좁은 완행열차에 울다 지친 아이의 곁에서 눈물로.. 2018.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