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1 상처와 위로, 소설 『밝은 밤』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 진은영의 시, 「가족」- 최은영의 장편 소설 『밝은 밤』을 읽으며 이 시를 여러 번 떠올렸다. 시는 아마도 밖에서 제 아무리 빛나고 아름다운 것도 가족이 있는 집에서는 무의미해진다는, 가족은 세상의 명성이나 평가와는 다른, 보다 근원적인 가치 위에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었겠지만 『밝은 밤』은 내게 시를 액면 그대로 읽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소설 속에서 집은 세상의 가치에서 벗어난 순수의 공간이 아니었고 가족은 더 많은 보살핌과 배려와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선택이 아닌 운명으로, 벗어날 수 없는 관계이기에 상처는 더 쉽고 더 크게 덫날 수밖에 없는 듯했다. 소설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 2022. 5.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