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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전2

아내와 나의 여름 음식 소설가 김훈은 몇 차례의 결혼식 주례 경험을 글로 쓴 적이 있다. 그는 신랑 신부에게 매번 주제를 바꿔가며 주례사를 했다. 일테면 결혼의 추동력은 사랑이지만 사랑이 밥 먹여주지는 않으므로 밥을 벌어먹는 물적 토대를 갖추어라. 삶이 요구하는 형식 - 내 배우자의 부모의 생일, 기념일, 안부를 챙기고 명절 때 인사하는 진부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존중하라. 결혼은 오래 같이 살아 생애를 이루는 것이므로 사랑보다도 서로를 가엾이 여기는 연민을 가져라 등등. 그중에 남편과 아내가 요리를 배워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례사도 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적어도 주말에는 장을 봐서 스스로 만들어 먹으라는 것이다. "그것은 영양가 있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섭생적 의미도 있지만, 음식을 만드는 과정.. 2023. 7. 29.
비 오시는 날의 배추전 휴일 저녁. 열린 베란다 문으로 들려오는 빗소리가 반갑고 시원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호세 펠리치아노(Jose Feliciano)의 옛 노래를 들었다.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노래 "Rain"을 반복해서 듣기도 했다. 비 오는 날은 역시 전이 어울린다. 무슨 전을 할까 아내와 논의를 하다 배추전으로 정했다. 아내는 모든 종류의 전을 좋아한다. 마침 어제 볼 일이 있어 서울 시청의 시민청에 갔다가 구입한 책 『맛있는 채식레시피』에 배추전 만드는 법이 나와 있어 참고를 하며 부쳐 보았다. 참고를 했다지만, 물에 푼 부침가루에 배추잎을 담궜다가 기름에 부쳐내는 간단한 일이었다. 책에 "배추의 효능"이란 설명이 붙여저 있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수분 함량이 높아 장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변비에 좋으며, 열.. 2017.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