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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대행진2

제15차 범시민대행진 사실 이런 일보다는 손자의 축구경기를 응원하거나 아내와 봄이 오는 강변을 걷다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가 음악을 들으며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훨씬 좋지만. 어쩌랴. 때로 머릿수 하나 더 더하고, 작은 목소리 하나 보태는 일도 필요한 것을.아내와 내가 집회에 참석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이른바 '내란 스트레스'가 가장 화급하고 답답한 일이어서 봄날 주말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으리라. 그래서 주변 건물에선 평소에는 비밀번호로 잠겼을 화장실을 개방하고, 전시회 장은 사람들의 휴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홀 한가운데는 커피포트와 차를 준비하여 놓았으리라.건물 유리창에 붙은 "빛이 오고 있네!"가 소망처럼 다가왔다. 힘을 주었다.불행은 불행에 기대어고통은 고통에 기대어슬.. 2025. 3. 16.
너무도 자명하기에 층층의 바위 절벽이십리 해안을 돌아나가고칠산바다 파도쳐 일렁이는채석강 너럭바위 위에서칠십육년 전 이곳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해산 전수용을 생각한다산낙지 한마리에 소주를 비우며생사로서 있고 없는 것도 아니요성패로써 더하고 덜하는 것도 아니라던당신의 자명했던 의리와여기를 떠난 몇 달 후꽃잎으로 스러진당신의 단호했던 목숨을 생각한다너무도 자명했기에 더욱 단호했던당신의 싸움은망해버린 국가에 대한 만가였던가아니면 미래의 나라에 대한 예언이었던가예언으로 가는 길은 문득 끊겨험한 절벽을 이루고당신의 의리도 결국 바닷속에깊숙이 잠기고 말았던가납탄과 천보총 몇 자루에 의지해이곳 저곳 끈질긴 게릴라로 떠돌다가우연히 뱃길로 들른 당신의 의병 부대가 잠시 그 아름다움에 취했던비단 무늬 채석강 바위 위에서웅얼거리는 거친 파도 .. 2025.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