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2 하루 또 하루 늦은 밤 카톡."할아버지 내일 와요?"손자저하 1호가 보낸 것이었다."아니? 왜? 무슨 일 있어?"이번 주는 예정했던 두 번을 이미 다녀온 터였다. "아니요. 그냥요. 내일 아니면 모레는요? 모레는 와요?"질문이 아니라 다녀가라는 저하의 바람이거나 명령이다."그냥? 그래, 그냥 좋지! 갈게.""아침에 일찍 오세요."나는 무조건 복종이다.딸아이와 사위는 나와 저하가 전생에 부부였을 거라고 확신한다. 저하의 카톡 덕분에 오래간만에 딸아이네와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식사를 할 수 있었다.아마 지난봄 태국 여행 이후 처음인 것 같다.일주일에 몇 번은 저하들과 식사를 하지만 맞벌이 부부인 딸아이나 사위 중 한 사람은 대개 일 때문에 빠지기 마련이어서 동시에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다. 딸아이는 번거.. 2024. 8. 16. '친구'와 '저하' 사이 코로나라는 이름도 생소한 바이러스가 어느 날 갑자기 엄습했다.당황과 공포로 세상은 휘청였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미지의 괴물체와 싸워야 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걸핏하면 문을 닫았다. 근처 학교에서 감염이 확인되어도 유치원은 지레 놀라 아이들의 등원을 금지했고 학부모들도 그런 결정에 큰 불만이 없었다.그 결과 손자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보통 때 같으면 아파트 놀이터에서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제법 멀리 있는 파출소와 소방서까지 쏘다니며 보냈겠지만 주로 집에서 머물러야 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는 이웃들과도 서로 침묵 속에 야릇한 긴장감을 느끼던 때였다. 하루종일 집에서 보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뽀로로와 타요버스, 로보카 폴리에게만 어린 손자를 돌봐달라고 맡길 수는.. 2023. 9.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