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기 전에1 두 징의 손 편지 *손자친구가 처음으로 쓴 아내와 나의 부름말. *딸아이가 유치원 때 쓴 편지. 딸아이에게서 손자친구까지. 2대가 비슷한 나이에 쓴 서툰 손글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진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만의 간격으로 우리 사이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삶은 여전하지만 '누구의 가담 없이도 우리 중심이 어느 틈에 변경'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법이니 아내와 나는 이제 '오래 예측하면서' 살지 않으려 한다. 늦봄의 저녁 한때를 나는 남방 소매 걷어올리고 허리에 고무줄을 댄 짧은 반바지 입은 채 담배를 붙여 물기 위해 현관 계단에 앉아 있다 언덕길로 아이들 앞세운 젊은 부부가 손을 맞잡고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저들의 산책은 지금 집 주위를 맴돌지만 머지않아 아이들이 버리는 이 배회의 한가함을 나처럼 혼.. 2020. 5.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