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둘레길1 제주 함덕 30 최규석의 『송곳』은 제주에서 읽은 마지막 만화다. 프랑스계 대형마트 푸르미에서 벌어지는 노동운동에 대해 그렸다. 부당해고에 맞선 직원들의 노조 결성과 저항, -그러나 그 저항은 생경한 구호나 격렬한 투쟁으로 그려져 있지 않다. 누군가의 거룩한 희생도 없다. 다만 '시시한 약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짐을 진 채 갈등하고 고민하며 '시시한 강자'들에 맞서 행동한다. 그 디테일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회사의 편도 노조의 편도 아닌 곳에 나의 자리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자리를 결정할 권리는 나에게 없었다. 만화 속 한 중간관리자의 고백이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이 급증하던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했던 나에게 실감 나게 다가왔다. 그때 내가 어떤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고.. 2022. 11.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