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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사2

경상도의 절 삼국유사에 따르면 서라벌에는 '절이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이 기러기 행렬처럼 늘어서 있었다(寺寺星張 塔塔雁行)'. 어디 서라벌 뿐이랴. 삼국시대이래 전 국토가 그렇게 변모해 온 것은 아닐까? 심오한 교리를 이해할 능력이 없는 내게 불교는 하심(下心)이다. 하심은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이라고 한다. 영암사 들머리 신령스런 기운이 돈다는 육백 년 넘은 느티나무 밑에서 아내한테 말했습니다 "여보, 이렇게 큰 나무 앞에 서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져요"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나는 일 년도 안 된 작은 나무 앞에 서 있어도 저절로 머리가 숙여져요" -서정홍의 「아내는 언제나 한 수 위」- * https://youtu.be/etmQzVpTuMs 2020. 7. 27.
가지산 석남사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서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직원때문에 덩달아 심난스러워진 마음으로 시집을 펼쳤는데 하필 그의 고향 울산 인근의 가지산 자락에 있는 옛절 석남사가 읽혀진다. 빗물에 말갛게 씻긴 석남사 길이 백리 밖 나를 한 숨에 흡, 빨아들이는 날이 있다 가지산 배꼽 밑 단전까지는 깊게 깊게 들이마시는 날이 있다 서어나무 연초록이 진초록으로, 햇살에 그을린 궂은살 박이기 전으로, 살아서 죄가 많은 이 몸을, 영가 천도재 무겁기만 한 발걸음을, 싸리비 자국 선명한 절마당까지, 절마당 앞 초롱꽃 여린 뿌리 끝까지 한숨에 빨아들였다가 후욱- 내뱉는 날이 있다 백리 밖 나를 빨아들인 힘으로 언양 지나 양산 두고 온 부산 앞바다 해안묘지 너머 수평선 카랑카랑한 섬 절벽 등.. 201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