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선정릉2

봄봄봄 꽃꽃꽃 발길 가는 곳마다 봄 봄 봄이고 눈길 닿은 곳마다 꽃 꽃 꽃이다. 마치 무수한 봄들이 여기저기 모여 한꺼번에 터트리는 함성 같다. 예년을 웃돈다는 기온에 날씨도 화창하여 나들이 욕심을 부추긴다. 온몸의 근육도 덩달아 근질거린다. "이런 날 집에 머무는 것은 죄악!"이라고 카톡으로 주위에 선동질을 하고 아내와 길을 나선다. 이미 아파트 화단에 동백꽃이며 목련이며 벚꽃이며 산수유가 만개했다. 며칠 전 읽은 한 소설에 "매화와 동백이 시들 무렵 연노란 산수유가 들판에 봄빛을 불러오고, 아련한 연노랑 빛이 성에 차지 않는다 싶을 즈음 진달래가 산등성을 벌겋게 물들이고, 그 꽃들이 죄 사라진 뒤에야 봄볕에 지친 보랏빛 오동이 숨을 헐떡이며 커다란 꽃잎을 축 늘어뜨려 여름을 알렸는데 요즘은 온갖 꽃들이 동시다발로 .. 2023. 4. 1.
발밤발밤44 - 선정릉의 단풍 올 가을엔 단풍을 많이 보지 못했다. 설악산과 북한산 산행을 염두에 두었다가 취소한 뒤로는 집 주변의 가로수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오키나와 여행으로 단풍 절정의 시기에 며칠 서울을 떠나 있었고, 돌아와서는 미세먼지에 갇힌 데다가 무엇보다 아내의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여서 특별한 일정을 만들기가 힘들었다. 아내의 건강 검진을 마친 후 가까운 선정릉을 걸었다. 검진 결과가 걱정했던 만큼은 아니어서 걸음이 가벼웠다. 선정릉의 단풍은 끝물이었다. 낙옆은 나무가지에 보다 길과 숲속에 더 많이 쌓여 있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단풍만으로 가을의 정취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아내와 걷는 시간에 스민 적요가 감미로웠다. 핸드폰으로 블로그를 뒤져보니 11년 만에 신정릉을 다시 칮은 것이었다. 그때 갑자기 오후에 눈이 쏟아져.. 2018.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