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텔 하노이1 2005하노이1 - ‘묵사발’의 하노이로 가며 묵사발이란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 말은 “묵을 담는 그릇”의 의미로 쓰는 경우보다는 “심한 타격을 받고 사물이 몹시 일그러지거나 망가진 상태”를 일컫는 의미로 더 자주 쓴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그 말을 여러 번, 그것도 의도적으로 쓴 적이 있다. 월남전 관련한 글짓기나 파월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쓸 때였다. 나는 나의 편지가 국군아저씨들에게 놀라운 사기를 북돋아 줄 것이란 확고한 믿음과 사명감을 가지고 침을 발라가며 또박또박 편지를 썼다. 어린 나는 나름 ‘묵사발’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월남 장병 아저씨에게 가장 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붉은 이리’와 ‘붉은 늑대’ 중 어느 표현이 더 좋을까 진지하게 고민도 해가며, 그리고 주먹으로 치면 수많은 파편으로 쉽게 부서져버릴 .. 2012. 4.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