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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2

꽃게 시절 게는 별명이 많다. '창자 없는 귀공자'라는 무장공자(無腸公子), '옆으로 걸음질 치는 횡행개사(橫行介士)' 외에도 횡행군자, 강호사자, 내황후, 곽선생 등으로 불리며 옛 그림에도 자주 등장한다. 지금은 꽃게, 그중에서도 암꽃게 철이다. 봄철 암꽃게들의 뱃속엔 여름철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가득 들어 있다. 예전엔 봄이면 서해안에 가서 주꾸미를 먹고 암꽃게를 사 오고, 가을엔 대하를 먹고 숫꽃게를 사 오곤 했지만 이제는 휴대폰으로 클릭 몇 번만 하면 밤 사이에 문 앞에 싱싱한 게 상자가 도착해 있다. 편리는 하지만 재미는 없어진 코로나 시대의 한 풍경이다. 꽃게를 주문해서 세 가지 음식, 양념게장과 꽃게탕과 간장게장을 만들었다. 양념게장과 꽃게탕은 내가 만들었고 간장게장은 아내가 담궜다. (* 이전 글 참.. 2022. 4. 24.
문어 선생님과 문어 요리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은 감독이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해안에서 만난 문어를 찍은 다큐멘터리이다. 일에 지친 감독은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바다를 찾았다가 우연히 한 마리의 문어를 보게 된다. 처음엔 단순히 문어의 특이한 모습과 행동이 감독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점차 호기심이 문어의 생활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넓어지면서 감독은 문어를 만나기 위해 매일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문어 역시 인간의 접근을 인지하고 익숙해지면서 서서히 경계를 늦추고 친근감 있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먹이 사슬이란 자연의 엄정한 규칙 속에서 문어는 생존을 위해 먹잇감을 사냥하고, 동시에 상어와 같은 상위 포식자들의 공격을 받으며 생을 영위해 나간다. 감독은 문어와 서로를 만질 수 있는 정도로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지만 문.. 2021.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