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된장볶음1 시래기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 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 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장 오래 세찬 바람 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 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 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 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을 지켜온 저들을 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 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우기 위해 서리에 젖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도종환, 「시래기」- 시래기는 무청을 말린 것이다. 늦가을 김장용 무를 다듬은 뒤 아내는 무청을 버리지 않고 .. 2022. 1.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