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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2

내가 읽은 쉬운 시 80 - 신미나의「여름휴가」 어린이집에서 손자를 태우고 나오는데 차창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와! 비다!" 반가움에 소리쳤지만 손으로 세아릴 수 있을 만큼의 몇 방울 흔적만 남긴 채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매일 같이 더위 기록을 갈아치우는 여름이다. 계륵처럼 여겼던 20년 넘은 구식 에어컨이 올 여름엔 단연 최고의 동반자이자 살가운 보물이 되었다. 전기세 걱정을 하면서도 기특한 마음으로 쓰다듬 듯 자주 스위치를 누르게 된다. 더위는 밤에도 기세가 등등하다. 늦은 밤 아내와 치맥을 하러 집 근처 닭집 가는 잠깐 동안의 산책에도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린다. 맥주를 마시며 아내와 어디론가 떠나볼까 의논하다가 포기를 하고 그냥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한반도 전체를 가둔 탈출구 없는 더위에 이런저런 우울한 일들이 더해져 나들이 의욕을 .. 2018. 7. 31.
내가 읽은 쉬운 시 47 - 신미나의「오이지」 헤어진 애인이 꿈에 나왔다 물기 좀 짜줘요 오이지를 베로 싸서 줬더니 꼭 눈덩이를 뭉치듯 고들고들하게 물기를 짜서 돌려주었다 꿈속에서도 그런 게 미안했다 33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 하는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너댓 권의 요리책을 샀다. 결혼 후 아내가 맡아온 식탁을 이제부턴 전적으로 내가 본격적으로 책임져 볼 생각에서였다. 이런 결심을 공개해 두어야 내 결심의 흔들림의 폭이 작아질 것이다. 오이를 샀다. 아삭한 식감의 생오이무침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1. 얇게 썬 오이를 소금을 넣고 절인다. 2. 절인 오이를 물에 씻어 물기를 '꼭 눈덩이 뭉치듯 고들고들하게' 짠다. 3, 물기를 짠 오이에 고춧가루와 설탕과 식초를 넣고무친 다음 통깨를 뿌린다. 4. 바로 먹어도 되지만 냉장고에 반나절 정도 넣.. 2016.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