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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장2

성북동 걷기 석 달 만에 지하철을 탔다. 그동안 여행은커녕 외출조차 최소한으로 자제하며 지냈고 꼭 멀리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직접 운전을 해야 했다. 다시 말하기도 지겹지만, 최근에 겪은 모든 비정상적인 상황은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다. 덕분에 손자친구를 자주 볼 수 있던 것은 즐거웠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는 점에서 둘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야니님과 아니카님을 만나서 낙산성곽길을 걸었다. 길은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어서 편안했고 투명한 공기는 언덕을 오를수록 우리의 시야를 먼 곳까지 틔워주었다. "노동처럼 유익하고 예술처럼 고상하고 신앙처럼 아름다운" 산행을 꿈꾼다는 산악인이 있었던가. 이 수식어를 걷기에 가져와도 어색할 리 없겠다. 더군다나 화사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속을 '유익하.. 2020. 5. 15.
지난 국토여행기 2 - 서울 성북동과 성북동 사람들2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이 생의 마지막을 보낸 곳으로 성북동의 깊숙한 곳,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야 있다. 1933년에 만해가 직접 지었다고 한다. 언덕 중턱에 북향으로 들어선 정면 4칸, 측면 1칸 규모의 일자형 목조골기와집이다. 왼편 끝이 사랑방이고 가운데 2칸은 안방이며 오른쪽 끝은 부엌이다. 방 안에는 그의 글씨, 연구논문집, 옥중공판기록 등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심우장(尋牛莊)은 불자가 자신의 본마음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소에 비유한 심우(尋牛)에서 유래한 것이다. 만해는 해방 일 년 전인 1944년 5월 9일 이곳에서 사망했다. 여행 중 어떤 장소를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그곳이 품고 있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관은 볼품이 없을지라도 .. 2012.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