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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하는 국토여행3

기억합니다 음식은 명절의 맛과 냄새와 감촉이며 정서다. 그리고 옛 기억을 불러오는 촉매이다. 추석이 다가와 딸아이네맞이 음식을 만들다 어머니 생각이 났다. 우연히 펼친 오래된 책에서 어머니에 대한 글을 읽은 감정도 더해졌다. 언제였던가요, 어머니. 세찬 비바람과 함께 천둥과 번개가 치던 날 밤 저는 어머니 등에 업혀 있었지요. 그때 아마 저는 열 때문에 끙끙 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칭얼거렸던가요? 어머니께서 저를 어르시던 근심스러운 목소리가 기억이 납니다. 번개가 칠 때마다 파란색으로 변하던 방문의 창호지와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던 문창살이 자꾸 저를 옥죄는 것 같아 저는 점점 더 큰소리로 울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제 기억이 닿는 어머니에 대한 최초의 기억일 겁니다. 어쩌면 어느 해.. 2023. 9. 28.
발밤발밤 50 - 이태원 골목길 서울엔 한 시기마다 그 시기를 대표하는 유흥공간이 있었다. 60년대의 명동, 70년대의 종로, 80년대의 이태원, 90년대의 압구정동 등등. 21세기에는 어느 지역이 그 이름을 이어받았을까? 홍대 앞? 청담동? 모르겠다. 유흥공간이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각 지역마다 어떤 특성을 드러내며 특화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아내와 나는 60년대에는 아직 어렸고 80년대는 직장 문제로 둘 다 지방으로 갔으므로 아무래도 대학생 시절이었던 70년대에는 종로가 친숙했다. 아내와 처음 만난 곳도 종로였고 자주 만나는 곳도 종로였다. 봄비가 내리는 저녁이었다.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청승을 떨며 무교동 거리를 걷던 나는 문득 저 앞에 그녀가 걷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순간 흠뻑 젖은 온몸이 바.. 2019. 7. 20.
어머니와 된장 근래에 요리를 한답시고 부엌에서 조선간장을 꺼내들면 문득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다. 된장과 가른 간장을 달이는 지독하게 꼬름한 냄새의 기억과 함께. 해마다 사월쯤 어느 날 하교길 집 골목 어귀에 다다르면 그 '악취'가 풍겨오곤 했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김을 내뿜으며 끓고 있는 간장에서 나오는 냄새였다. "이런 거 좀 안 하면 안돼!" 일을 거드는 것도 아니면서 인상을 찌푸리며 괜한 볼 멘 소리를 하면 어머니는 "이걸 해야 일년 동안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잖냐." 하며 나를 토닥여 주었다. 노노스쿨의 안내로 '샘표 우리맛 공간'에서 된장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건강한 발효식품이라는 과학적 지식 이전에 된장과 간장은 내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스민 음식이다. 오래 전 내가 쓴 책 『아내와 함께 하.. 2019.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