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더머물다가고싶다1 내가 읽은 쉬운 시 96 - 황지우의「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저녁 무렵 아내와 집 근처 공원을 천천히 산책했다. 흰 벚꽃이 '튀밥'처럼 만개해 있었다. 어두워가는 저녁 어스름 속에서도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딴 세상' 속에 머물렀다. 펑! 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팝 튀겨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갈 일이다 눈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갈 것 같은 소리―나무 한 그루 이 지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뜨면, 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일가족; 흰 블라우스에 그 꽃그늘 받으며 지나갈 때 팝콘 같은, 이 세상 한때의 웃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內藏寺 가는 벚꽃길; 어쩌다 한순간 나타나는, 딴 세상 보이는 날은 우리, 여기서 쬐끔만 더 머물다 가자 이.. 2019. 4.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