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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산3

겨울 오서산 친구와 둘이서 오서산에 올랐다. 오래간만에 간 대천에서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빈뎅이'(밴뎅이)조림집을 챙겨두고 있었다. 원래는 일년에 한번씩 다섯명이서 하던 산행이지만 저마다의 일로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눈이 풍년인 겨울. 산밑에서 꼭대기까지 눈길이 이어졌다. 무릎까지 빠지는 곳도 있었다. 능선길에선 갈기를 세운 바람이 몸을 찌르듯 파고들기도 했다. 서해로부터 구름이 물려들더니 하신길엔 기여코 눈발을 뿌리기 시작했다. 눈 쌓인 길과 들이 다시 눈에 잠기고 세상은 옛 사진 속의 풍경처럼 흑백으로 변했다. 산행은 같이 못했지만 저무는 대천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숙소에는 일년이면 한번씩 만나는 다섯 친구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마이티'를(?) 기다리기도 했다. 뒷날엔 제철인 서해 새조개를 핑계로 낮술을.. 2013. 7. 25.
지난 국토여행기 34 - 은빛 억새를 찾아서 모든 계절은 역동적이다. 새로운 계절은 거대한 해일이나 태풍처럼 강산을 뒤덮으며 숨 가쁘게 밀려온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요지부동의 산도 그 속에서는 매 순간마다 자신이 품고 키우는 온갖 생명들의 싱싱한 숨소리와 계절에 따른 현란한 탈바꿈의 몸짓으로 가득하다. 이제 가을이다. 한 해의 성장과 결실을 마무리 지으며 겨울의 칼바람을 견디기 위한 준비로 부산한 계절은 또 다시 극적인 감동의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가을이 오면 주말마다 바쁘게 지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단풍이 완연해지기 전에 가을바람에 출렁이는 은빛 억새를 눈과 가슴에 담아두고 싶어서이다. 가을이 깊어 누렇게 퇴색한 억새의 모습도 장관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억새의 모습은 줄기에 아직 푸른빛이 남아 있는 가운데 흰 꽃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 2013. 2. 26.
은빛 억새가 있는 산행1 - 오서산 새로운 계절은 언제나 거대한 해일이나 태풍처럼 강산을 뒤덮으며 숨 가쁘게 밀려온다. 벌써 가을도 한창이다. 한 해의 성장과 결실을 마무리 지으며 겨울의 칼바람을 견디기 위한 준비로 부산한 계절은 또 다시 극적인 감동의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요지부동의 산도 매 순간마다 자신이 품고 키우는 온갖 생명들의 싱싱한 숨소리와 계절에 따른 현란한 탈바꿈의 몸짓으로 가득하다. 가을이 오면 주말마다 바쁘게 지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설악산을 기점으로 한, 단풍 소식이 전해지면 나는 자꾸 조급해진다. 단풍이 완연해지기 전에 가을바람에 출렁이는 은빛 억새를 눈과 가슴에 담아두고 싶어서다. 가을이 깊어 누렇게 퇴색한 억새의 모습도 장관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억새의 모습은 줄기에 아직 푸른빛이 남아.. 2012.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