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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2

아차산숲속도서관 아내와 함께 평소 보다 좀 먼 "아차산숲속도서관"까지 걷기로 했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잔잔했다. 완고하게 보이던 호수의 얼음은 어느덧 풀려 사라지고 없었다. 조금은 쌀쌀한 듯했지만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어린이 대공원을 지나 아차산으로 향했다. 나무 끝에 물기가 아주 연하게 차올라 희미하게 연둣빛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아차산숲속도서관은 작년 10월에 개관한, 아차산 생태공원 옆, 이름대로 숲 속에 있었다. 지상 2층으로 되어 있으며 1층에는 일반·아동도서 약 5000여 권이 있는 자료실이, 2층에는 신문과 잡지들이 있는, 아담하고 예쁜 도서관이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아내와 나는 2층 열람실에 자리를 잡았다. 여행 잡지를 골라, 세부적인 기사보다는 사진 위주로 아내와 돌려.. 2023. 2. 20.
눈 오는 우수 하마터면 길이, 앞길 뒷길 파묻는 석 자 눈 속에 있다는 걸 잊을 뻔했네 너, 폭설 속의 진달래여! - 이안, 「숨길 2」- 산책을 하는 중에 눈이 내렸다. 강 건너편이 아득해질 정도로 맹렬하게 쏟아졌다. 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위에서가 아닌 옆에서 수평으로 날아왔다. 눈발을 마주하고 달렸더니 몸의 앞쪽에 금세 하얗게 달라붙었다. 그러다간 잠깐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이 비쳤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산책에 서너 번이나 그런 날씨가 반복되었다. 요란한 우수(雨水)였다.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고 하여 우수라더니 내린 눈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겨울과 봄이 뒤섞인 시간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나 쾌도난마식으로 양분할 수 없는 어둠과 밝음, 절망과 희망이 혼재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022.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