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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아차산숲속도서관

by 장돌뱅이. 2023. 2. 20.

아내와 함께 평소 보다 좀 먼 "아차산숲속도서관"까지 걷기로 했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잔잔했다. 완고하게 보이던 호수의 얼음은 어느덧 풀려 사라지고 없었다.
조금은 쌀쌀한 듯했지만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어린이 대공원을 지나 아차산으로 향했다.
나무 끝에 물기가 아주 연하게 차올라 희미하게 연둣빛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아차산숲속도서관은 작년 10월에 개관한, 아차산 생태공원 옆, 이름대로 숲 속에 있었다. 지상 2층으로 되어 있으며 1층에는 일반·아동도서 약 5000여 권이 있는 자료실이, 2층에는 신문과 잡지들이 있는, 아담하고 예쁜 도서관이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아내와 나는 2층 열람실에 자리를 잡았다.
여행 잡지를 골라, 세부적인 기사보다는 사진 위주로 아내와 돌려가며 읽었다. 다녀온 곳의 사진이 나오면 말 대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반가워했고, 아직 가지 못한 곳의 멋진 사진엔 설렘과 기대감으로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는 길에도 여행을 이야기했다.
코로나팬데믹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며 '여행지수'가 최고점에 올라있는 요즈음이다.

우물가 고무 대야는 빛이 바랬다

겨우내 빗물이 고이고 바람이 머물면서 대야 안은 얼음이 가득하다

오늘 아침에는 대추나무 가지 긴 그림자가 내려오고 정오 무렵에는 얼음이 녹았는데 대야에 찬 투명한 물빛이 나의 얼굴을 비추었다

늦은 오후에 한 이웃이 봄동 두 포기를 들고 왔다

누렇고 푸른 잎을 뜯어 물에 담그고 헹구는데 아직도 두 손이 시리다

우수가 며칠 남았다

- 박노식, 「우수(雨水)」-

아내가 간밤에 책에서 읽은 냉면을 떠올렸다. 내친김에 단골 냉면집으로 방향을 바꾸려 했지만 일요일엔 문을 닫았던 기억이 떠올라 그냥 집으로 왔다.
봄동으로 들깨무침을 만들어 저녁을 먹었다.
밥상 위에도
초록빛으로 오르기 시작한 봄, 어느덧 우수(雨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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