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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전시회 "미키마우스 Now and Future"

by 장돌뱅이. 2023. 2. 28.

손자 1호가  집에 와서 하루를 잤다. 
손님맞이를 위해 청소를 하고 먹을거리와 잠자리 준비를 하는 시간은 즐겁다.

어릴 때부터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아 손자의 속마음과 취향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측은 자주 빗나간다. 손자가 크면서 모르는 것이 늘어난다. 

한때 공룡을 좋아했으니 당연히 애니메이션 <<아이스에이지>>를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는 데, 손자는 10여 분만에 고개를 젓고 <<엔칸토>>를 선택했다.  <<엔칸토>>의 화려한 색깔과 마술의 내용이 관심을 끌었을까? 이야기 전개와 의미가 애니메이션 영화치곤 아이들에게 그다지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은 것 같은 데도 손자는 킬킬거리며 몰입해서 보았다.

음식 취향은 아내와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손자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내가 만든 삼계탕이다. 아내가 만든 '소갈비찜'에 밀리지 않을까 했는데 손자의 선택은 삼계탕이었다. 언제까지라도 먹을 듯하더니 너무 자주 만들어줘서 그런지 이젠 메뉴를 바꿔달란다. 다음에 만날 때 등갈비 강정이나 치킨마요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피자는 손자1호의 소울푸드다. 감기 기운이 있으면 피자를 먹어야 낳을 것 같다고 '의심쩍은' 자가처방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매직포갈릭의 갈릭스노윙피자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명확한 음식 취향 파악은 접대하는 쪽에선 편한하고 편리한 일이다.

손자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BTS의 "PERMISSION TO DANCE"다.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리며 어깨를 들썩이거나 춤을 따라 하기도 한다. 가사를 다 외울리는 없겠지만 멜로디와 화려한 춤이 좋은 모양이다. 잠들기 전에 나란히 누워서 나와 함께 여러 번을 반복해서 들었다. 나 역시 BTS가 좋아진 건 다분히 손자 덕분이다. 돌이켜보면 H.O.T는 딸아이 덕분에, '서태지와 아이들'은 큰집 조카 때문에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다.

이튿날 손자와 "미키마우스 NOW AND FUTURE" 전시회가 열리는 예술의 전당에 있는 한가람미술관으로 향했다. 월트디즈니와 미키마우스는 내 기억의 시원에 가까이 있는 단어들이다. 어린 시절 뽀빠이, 황금박쥐, 타이거마스크, 요괴인간 따위가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한 가지의 고정적인 '캐릭터'인 반면, 미키마우스는 구피, 도널드덕과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미키마우스 전시회는 이번 만남의 메인이벤트로 생각했지만 손자는 미키마우스에 특별히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미키마우스? 그냥 알긴 해"하고 말했을 뿐이다. 하긴 옛날과 달리 요즈음은 얼마나 많은 만화영화며 캐릭터들이 있는가. 내가 아는 것만도 아기상어부터 시작해서 뽀로로, 타요버스, 띠띠뽀, 콩순이, 페퍼피그, 폴리, 옥토넛 등등. 미키마우스가 그들 사이에서 예전만큼 특별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전시회의 내용도 어린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는 세계 각국의 미키마우스를 주제로 한 그림이라던가 포스터를 보여주는 것이어서(손자가 급하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통에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어린 손자에게 집중하라고 말할 수 없기도 했다.

손자가 제일 재미있어 한 곳은 사방에 거울이 붙어있는 방이었다.
미키마우스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이 공간을 손자는 매우 신기해하며 자기의 모습을 비춰보다가 요즈음 막 배우기 시작한 태권도 품세를 하며 놀았다.

전시회 입장에서 나오기까지 앞장선 손자를 따라다니다 보니 채 30분이 안 걸렸다.
한마디로 나의 기대 섞인 선택은 손자의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날 손자가 가장 흥미 있어 한 것은 지하철이 한강을 건너며 갑자기 지상철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우와! 지하철이 땅속을 달리다가 어떻게 금방 밖으로 나와요! 우와!"
주위 사람이 웃을 정도로 손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꼭 어른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점점 알기 힘들어질 손자의 마음을 어떻게 짐작하며 오래 소통할 수 있을까?
그 또한 즐거운 고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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