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네와 지난 연말에 갔던 가평 소재 아난티코드에 다시 다녀왔다.
그곳에서 내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손자'친구'들과 놀면 되니 단순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손자'저하'들의 다양한 취향을 맞추려니 복잡하다. 더군다나 어린 두 '저하'들의 나이차를 극복할 수 있는 공통의 놀이를 찾는 것과 각각의 전하에게 적절한 시간배분을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종종 '할아버지 쟁탈전'이라고 좋을 상황이 생겨난다.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 손자친구·저하들의 성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나 1미터 이내의 거리유지가 필수다.
텔레토비와 띠띠뽀 덕분에 잠시 커피 마실 짬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아내는 다음부턴 나와 손자 둘만을 위한 방을 따로 얻어야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모든 일들의 결론이 결국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니 즐거운 비명 혹은 자랑 섞인 엄살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생각해 보면 그들과 어울림은 내가 세상에서 누리는 가장 맑고 깨끗한 관계이고 시간이다. 아난티코드에서 차마 작별하지 못해 집에 까지 따라가 놀고, 자정이 되어서 돌아올 때 육체적 피곤함에 온몸이 구겨져오지만 마치 종교적 수련을 거친 듯 청정한 기운 또한 어디선가 샘솟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여행과 사진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차산숲속도서관 (0) | 2023.02.20 |
---|---|
겨울숲과 봄똥 (2) | 2023.02.13 |
경희궁 (0) | 2023.01.22 |
그 교회가 정말 거기 있었을까? (0) | 2023.01.19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0) | 2022.11.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