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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그 교회가 정말 거기 있었을까?

by 장돌뱅이. 2023. 1. 19.

얼마 전 아내와 광화문 지하철역 근처를 걷다가 깜짝 놀랐다.
"뭐야? 이게 새문안교회?"
그 자리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낡은 교회는 사라지고 대신에 휴대폰 카메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크기의 미끈한 현대식 건물이 보도에 바투 붙어 서 있었다. 갑자기 전혀 낯선 공간에 들어온 것 같아 어리둥절했다. 박완서의 소설 제목을 빌려오자면 예전의 '그 교회가 정말 거기 있었을까' 하는 느낌이었다.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2014년 7월에 옛 건물의 철거를 시작하여 5년 만인 2019년 2월에 새 건물을 완공하였다고 한다.

대학생 때 친구를 따라 이곳 학생들 모임에 잠깐 나갔던 적이 있다. 기독교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거침없이 활달하면서도 따뜻한 '젊은 예수', 기꺼이 고난에 다가서던 그의 삶에 관심이 가던 시절이었다. 모임의 누군가가 노래와 시(글) 모음집 『젊은 예수』을 내게 건네주었다. 지금도 책장에 남아 있는 그 책이 눈에 띄면 아무 곳이나 펼쳐 노래를 흥얼거려 보곤 한다.

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 / 운명에 맡겨 사는 그 생활 아니라
우리의 믿음 치솟아 독수리 날 듯이 / 주 뜻이 이뤄지이다 외치며 사나니

약한 자 힘주시고 강한 자 바르게 / 추한 자 정케 함이 주님의 뜻이라
해 아래 압박 있는 곳 주 거기 계셔서 / 그 팔로 막아 주시어 정의가 사나니

삼십 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내가 천주교인이 된 데는 아마 그 시절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새해에 성경을 다시 읽기로 했다.「요한의 복음서」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말씀은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겨난 모든 것이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요한의 복음서」 1장 :1 - 5)

복음서의 이 시작부는 읽을 때마다 웅혼하고 깊은 느낌과 함께, "말씀"이 세상을 환한 빛으로 물들이고 나에게도 흠뻑 비추일 것 같아서 좋다. 그때나 지금이나 위안이 되는 "말씀".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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