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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2

전라도의 절 열이레 달이 힘겹게 산기슭을 오르고 있었습니다사랑도 나를 가득하게 하지 못하여고통과 결핍으로 충만하던 때 나는 쫓기듯 땅끝 작은 절에 짐을 부렸습니다 새심당 마루 끝 방문을 열면그 안에 가득하던 나무기둥 냄새창호지 냄새, 다 타버린 향 냄새흙벽에 기댄 몸은 살붙이처럼아랫배 깊숙이 그 냄새들을 보듬었습니다 열이레 달이 힘겹게 산기슭을 오르고 있었고잃어버린 사람들을 그리며 나는아물지 못한 상실감으로 한 시절을오래, 휘청였습니다 ······색즉시고옹공즉시새액수사앙행식역부우여시이사리자아아시이제법공상불생불며얼 ······ 불생불멸······ 불생불멸······ 불생불멸······ 꽃살문 너머반야심경이 물결처럼 출렁이면나는 언제나 이 대목에서 목이 메곤 하였는데 그리운 이의 한 생애가잠시 내 손등에 앉았다가 포르르.. 2020. 7. 30.
지난 국토여행기 40 - 천불천탑 운주사 '못난이' 불상과 '거지탑' 운주사는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道岩面) 대초리(大草里) 천불산(千佛山)에 있다. 절이야 원래 심산유곡에 있는 것이라 해도 이 외진 골짜기에 남아 있는 ‘천불천탑 (千佛千塔)’이란 대공사의 흔적은 경이롭고 신비롭다. 그 때문에 운주사를 찾는 모든 사람은 누가?, 언제?, 왜? 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바위를 지붕 삼거나 길옆 혹은 언덕 위 양지쪽에 삼삼오오 모여 서거나 앉아 있는, 풍찬노숙(風餐露宿)의 ‘노숙자’ 불상들은 하나같이 결코 세련되었다고 할 수 없는 외관을 하고 있다. 12미터에서 수십 센티미터의 다양한 크기에 작고 납작한 석편에 조각되어 평평하고 무표정한 얼굴에 코만 기형적으로 도드라져 강조되어 있다. 팔다리의 형상도 비례가 제대로 맞지 않고 불분명하다. 옷 .. 2013.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