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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8

꿈과 현실의 음식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편의점 인간』의 주인공인 36세의 미혼 여성 후루쿠라(게이코)는 대학생 때부터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18년째 하며 살고 있는 '프리터'다. '프리터는 프리랜서와 아르바이터를 합친 일본식 조어로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나 시간제 근무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처음엔 딸의 아르바이트를 긍정적으로 보았던 부모님은 졸업 이후에도 오랫동안 '집요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하자' 점점 불안해한다. 소설은 부모의 마음처럼 학교에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하고, 돈을 벌고, 애를 낳는, 삶의 전 과정 동안 '평균적'이고 '보통의 인간'이 되기를 강요하는 세상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조금은 냉소적으로, 그러나 너무 무겁지 않게 그.. 2023. 7. 2.
"잘 먹어야 혀." 퇴원 후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 의사가 지정해준 외래 검진 날이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로서는 우선 병원까지 가는 게 문제였다. 열흘 전 퇴원할 때는 침대로 누워서 이동할 수 있는 특수구급차를 불렀다. 그런데 병원에서 집까지 불과 5분 이내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가격이 7만5천원이라고 했다. 병원 직원의 말로는 보건복지부 지정 가격이라고 했다. 억울하지 않으려면 아프지 말아야 한다. 허리에 착용하는 지지대만 해도 그렇다. 의사가 필요하다고 지시하고 업자는 와서 칫수를 재고 가격을 통고할 뿐이었다. 인터넷의 가격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환자의 의견을 제시할 틈이나 네고의 여지는 전혀 없었다. 걸을 때 사용하는 이동보조기도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의료 행위는 아니지만 환자에게 필수불가결한 이런 것에 의료보험을 적용시.. 2022. 9. 16.
2020년 8월의 식탁 손자친구는 어린이집에서는 낮잠을 잘 잔다는데 집에서는 전혀 다르다. "왜 잠을 안 자니?" 물어보면 간단히 대답한다. "놀아야 하니까." 저녁 무렵이 되면 끄덕끄덕 졸다가도 그것으로 급속 충전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하마터면 잠들뻔 했다'고 정신을 차리는 것인지 벌떡 일어나 지친 기색없이 뛰어다닌다. 그러면서도 밤이 늦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일찍 자야 키가 쑥쑥 크는 거야." 아내가 식사 자리에서 교육을 시도했다. 손자친구는 이 말에 말없이 아내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할머니는 다섯 살때 늦게 잤어?" (아내는 키가 작다.) 딸아이도 거들었다. "니가 늦게 자면 할아버지가 앞으로 (너를 보러) 늦게 오고 일찍 자면 할아버지가 일찍 올 거야." 손자친구가 말했다. "내가 늦게 자도 할아버지는 내가 보고.. 2020. 9. 2.
새해 연휴 12월31일도 휴무라는 갑작스런 회사의 결정에 4일로 늘어난 연말연시 연휴. 습관처럼 혹시나 싼 가격의 동남아 비행기표가 있나 뒤져보다가 곧 그만두었다. 극성수기에 걸맞게 치솟은 비행기 값도 값이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안 좋은 일이 많았던 2015년(하반기)이었으므로 먼 거리 여행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냥 집에서 조신하게 지내기로 했다. 덕분에 부쩍 늘어난 휴식의 시간. 맛난 먹을 거리가 빠질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평소 참고하는 요리책을 아내에게 보이며 먹고 싶은 걸 고르라고 호기를 부려보았다. 조리 방법이 있다고 무슨 음식이건 다 만들기에는 아직 너무 알량한 나의 솜씨인 터이지만 내 수준에 적합한 메뉴를 골라주리라는 아내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일종의 허세였다... 2016. 1. 5.
샌디에고 식당26 - C-LEVEL LOUNGE C-LEVEL LOUNGE는 샌디에고 공항 맞은 편 바닷가에 바투 다가서 있다. “C”는 'SEA'의 음을 빌려 쓴 말일 것이다. 같은 장소에 또 다른 식당 ISLAND PRIME도 있다. 씨레벨과 막힘 없는 한 공간이라 두 식당의 경계가 모호했다. 큰 차이는 없었지만 아일랜드프라임이 좀 더 FORMAL한 분위기였다. 우리는 예약은 씨레벨로 했으나 좌석은 아일랜드프라임에 앉았다. 창밖으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시내의 높은 빌딩들이 보이고 코로나도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도 보였다. 해산물과 육류가 가능했다. 음식의 맛은 수준급이었다. 사람들이 많아 분위기가 다소 소란스러웠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다시 또 갈 기회가 있다면 실내가 아닌 바깥 좌석에 앉아 보리라. 샌디에고에서 이런저런 우연과 인연으로 .. 2014. 3. 3.
샌디에고 OUTDOOR DINING RESTAURANT (끝) 7. STONE BREWING WORLD BISTRO & GARDEN 얼마 전 한국에서 주류 분야에 종사하는 지인 한 분이 메일을 보내왔다. 요즈음 한국의 맥주 시장엔 수입 맥주가 대세이며 시장 점유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그 무렵 우리나라 수입 맥주 소비량이 와인소비량을 앞질렀다는 보도도 본 적이 있다. 해서 샌디에고와 그 주변에서 생산되는 크래프트 맥주를 한국으로 수입하면 유망한 돈벌이가 될 수 있다고 전해주었다. 크래프트 맥주는 버드와이저나 오비맥주처럼 대자본의 대형공장에서 생산되는 획일적인 맛의 맥주가 아니라 소규모 양조업체가 저마다의 개성과 취향으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맛의 맥주를 말한다. 사실 그 메모를 받기 전부터 아내와 나는 샌디에고 인근의 브루어리(CRAFT BREWERY .. 2014. 2. 27.
샌디에고 OUTDOOR DINING RESTAURANT2 4.GEORGE'S AT THE COVE 라호야 LA JOLLA 에 있는 식당이다. 미국 생활 초창기에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가보았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그때 2층의 실내 좌석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푸른 바다를 내다보았다. 이번에는 그보다 위에 있는 ROOFTOP에 자리를 잡았다. 옥상에서도 난간 쪽 좌석에 앉으니 거칠 것 없는 바다 풍경이 달려들 듯 가까이 다가왔다. 청량한 바람도 가득했다. 해가 수평선 위 한뼘 쯤에 걸려 있는 시각이었다. 음식과 함께 노을을 기다렸다. 이 식당은 아내가 처음으로 멕시코 음식인 따꼬 TACO를 맛이 있다고 평가한 식당으로 기억될 것이다. 전식으로 시킨 두 점의 피쉬따꼬에 아내는 만족스러워 했다. 나머지 주 음식도 그랬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양념을 삼아 접시를 비우.. 2014. 2. 27.
샌디에고 OUTDOOR DINING RESTAURANT1 다른 곳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샌디에고에 더욱 어울리는 것으로 오픈카(CONVERTABLE)과 브런치를 꼽은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샌디에고는 사계절 온화한 날씨와 맑은 햇살, 그리고 맑고 투명한 공기였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같은 이유로 좁은 실내가 아니라 활짝 열린 공간의 실외 좌석이 있는 식당이 어울리는 곳이 또한 샌디에고겠다. 추운 겨울과 장마의 여름 등의 날씨의 제약이 있는 우리나라완 달리 샌디에고에서는 비가 오는 겨울을(그것도 단 며칠을) 제외하곤 일년 내내 그런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레스토랑의 장점은 주변과 차단되고 분리되어 있지 않아 주변 환경과 대등하게 어우러지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다운타운에서는 도심의 정취와, 해변에서는 바다의 풍경과, 내륙에서는 산과 들의 정경이.. 2014.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