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편의점 인간』의 주인공인 36세의 미혼 여성 후루쿠라(게이코)는 대학생 때부터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18년째 하며 살고 있는 '프리터'다. '프리터는 프리랜서와 아르바이터를 합친 일본식 조어로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나 시간제 근무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처음엔 딸의 아르바이트를 긍정적으로 보았던 부모님은 졸업 이후에도 오랫동안 '집요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하자' 점점 불안해한다. 소설은 부모의 마음처럼 학교에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하고, 돈을 벌고, 애를 낳는, 삶의 전 과정 동안 '평균적'이고 '보통의 인간'이 되기를 강요하는 세상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조금은 냉소적으로, 그러나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렸다.
"세상은 석기시대인지도 몰라요. 무리에 필요 없는 인간은 박해받고 경원당하죠. 그러니까 편의점과 같은 구조에요. 편의점에 필요 없는 인간은 교대 근무가 줄어들고, 그러다가 결국 해고를 당하죠."
"편의점······?"
"편의점에 계속 있으려면 '점원'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건 간단한 일이에요. 제복을 입고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돼요. 세상이 석기시대라 해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사람이라는 거죽을 쓰고 그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무리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방해자로 취급당하지도 않아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 속에 있는 '보통 인간'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는 거예요. 저 편의점에서 모두 '점원'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점원'으로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먹는 음식은 음식이 아니라 '먹이'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것마저도 '평균'을 벗어나보려는 주체적인 행동이라고 보기엔 메마르고 곤고해 보인다.
'천 원의 아침밥'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의 아픔도 겹쳐 보인다.
아침 여덟 시, 나는 스마일마트 히로이마치 역전점의 문을 연다. (···) 가게에 도착하면 2리터들이 페트병에 든 생수 한 병과 곧 폐기 처리해야 한 빵과 샌드위치를 골라서 산 뒤 뒷방에서 식사를 한다. (···) 아침에는 이렇게 편의점 빵을 먹고, 점심은 휴식 시간에 편의점 주먹밥과 패스트푸드로 때우고, 밤에도 피곤하면 그냥 가게 음식을 사서 집으로 돌아올 때가 많다. 2리터들이 페트병에 든 물은 일하는 동안 절반만 마시고, 그대로 에코백에 넣어 집으로 가져와서 밤까지 마시며 보낸다. 내 몸 대부분이 이 편의점 식료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잡화 선반이나 커피머신과 마찬가지로 이 가게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이게 뭐죠?"
"무와 숙주나물과 감자와 밥이에요."
"언제나 이런 걸 먹나요?"
"이런 거라뇨?"
"요리는 아니잖아요?"
"나는 식재료를 익혀 먹어요. 특별히 맛은 필요 없지만, 염분이 필요하면 간장을 끼얹어요."
친절히 설명했지만 시라하 씨는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마지못해 입으로 가져가면서 "먹이로군" 하고 내뱉듯이 말했다. 그래서 먹이라고 말했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무를 포크로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음식(요리)은 '먹이'와 다르다. 먹이가 생존 '연료' 보충의 개념이라면 음식은 거기에 감정을 담아낸다.
음식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고 옛 기억을 소환하며 또 새로운 기억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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