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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비 오는 날의 '손자병법'

by 장돌뱅이. 2023. 6. 22.
큰손자의 메모

장마비가 시작되었다. 손자친구들과 보낸 2박 3일을 마무리하는 날. 
아침에 큰손자의 등교길에 함께 했다. 
하교를 하면 할아버지가 집에 없을 거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면서도 한번 더 확인을 한다. 못내 아쉬움이 역력해 보인다. 매번 반복되는 이 순간. 사실 나도 시큰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둘이서 함께 동요를 부르며 걸어갔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골목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갑니다.

작은 손자는 비를 핑계로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 나와 놀기로 했다. 아내는 '횡재'라고 했다. 작은 손자와 나, 둘 다에게 그런 것 같다는 의미다. 큰손자에게는 특급비밀로 부쳐졌다. 

차놀이, 낚시놀이, 구슬놀이, 음식놀이, 숨바꼭질 · · · · · ·

숨바꼭질 때 손자저하가 숨는 법

어린이집에서는 점심 식사 후 매일 한 시간 가량 낮잠을 잔다.
습관이 되었을텐데도 집에서는 끝까지 안 자려고 잠과 싸우며 버틴다.

결국 손자는 잠이 들었고 다른 날보다 오래 잤다.
그 사이 딸아이가 퇴근을 했고 우리는 일어서기로 했다. 손자가 잠이 깬 다음 우리가 간다는 걸 확인 받으며  '빠이빠이'를 하는 게 좋겠지만 그러다 첫째가 하교라도 하게 되면 더 늦어질 것 같아 과감히 일어서야 했다.

집으로 오는 도중 딸아이가 동영상을 보내왔다.
잠에서 막 깬 얼굴의 둘째가 할아버지를 찾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좀 더 기다릴 걸 그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손자를 이렇게 만드는 거야?"
이럴 때마다 나는 아내에게 '춘추전국시대 손무의 『손자병법』이 아닌  '손자병법'에 통달한 사람이 된다. 사실 할아버지의 '손자병법'인지 손자들의 '조부병법'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헤어지는 순간의
시큰함과 미안함은 주말에 만나 열심히 노는 것으로 다시 푸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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