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친구가 "제28회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배 전국생활체육빙상(스피드스케이팅) 대회 "라는 긴 이름의 대회에 '위풍당당' 출전을 했다. 그리고 "남자초등 1, 2학년' 부문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주최이고, 순수 아마튜어 생활 체육인들이 틈틈히 닦은 실력을 겨루는 진지한 대회이겠지만, 초등학교, 그것도 저학년의 경우는 경쟁보다 흥미와 자신감을 북돋워주기 위한 배려가 다분한 대회로 보였다. 속된 표현으로 참가만 하면 '꽝'은 없는 행사 아닐까 싶었다.
친구는 300미터의 경우 '코너링에서 실수를 해서 선두를 내주는 바람에 금메달을 빼앗겼다'고 나름 자체 분석을 하며 2관왕을 놓친 것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금메달을 딴 아이가 2학년 형이라는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나는 친구에게 '단거리인 2백 미터에서 금메달이고 중거리(?)인 3백 미터에서 은메달이니 너는 스피드와 지구력이 다 좋다는 증거'라고 자못 전문가라도 되는 양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누가 알랴.
혹 세월이 지난 뒤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친구 덕분에 방송 인터뷰 준비를 해야 할지······. 하지만 언젠가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을 때 친구는 잠깐의 생각 끝에 나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적이 있다.
"그때는 아마 할아버지가 죽어 있지 않을까요?"
노는 게 좋고
엄마가 좋고
지금이 좋다
그냥 참 좋다
- 정홍, 「그냥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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