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복날 같지 않은 시원한 날이다.
올해 초복 복달임은 미리 앞당겨서 했다.
아니 사실은 지난주에 외식을 하면서 그걸 복달임으로 치기로 했다.
아내와 임의로 우리 부부만의 계절맞이 음식을 정해 두었다.
봄이면 도다리쑥국, 여름이면 민어탕, 가을이면 꽃게, 겨울이면 과메기.
물론 이른 봄에 먹는 봄똥(봄동)이나 3~4월에 먹는 주꾸미, 여름철의 과일, 가을철의 대하, 겨울의 굴이나 꼬막도 있지만, 아내와 나는 위 네 가지 음식들을 먹는 것으로 계절이 왔다고 말하곤 한다.
올해도 민어탕은 을지로 입구에 있는 식당 충무집에서 먹었다.
개운하면서도 은근하고 약간은 칼칼한 민어탕!
블로그를 뒤져보니 오래전 서울 논현동에 있는 식당 노들강에서 먹은 민어에 대한 글이 있다.
(* 지난 글 : 서울 논현동 "노들강")
냉면은 원래 겨울 음식이라지만 시원한 육수에 만 국수가 여름에 먹어 나쁠 리 없다.
어린이대공원원 옆 구의동에 있는 "서북면옥"은 아내와 나의 단골집이다.
5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냉면에는 현대에 들면서 전쟁의 아픔, 실향민의 그리움이 더해졌다.
서북면옥의 문을 연 주인장도 황해도 사리원에서 왔다고 한다.
여름 더위를 이기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 것이 복달임이다. 옛날 궁중에서는 관리들에게 소고기를 내리기도 했다지만 일반 백성들은 구하기 쉬운 개고기나 닭고기로 국을 끓여 먹었다.
민어를 복날에 먹었다고도 들었는데 여름 음식인 것은 맞지만 복달임 음식은 아니라는 말도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뜻밖에도 궁에서는 동지에만 먹는 줄 알았던 팥죽을 복날 끓여 먹기도 했다고 한다.
평소에 먹는 음식만으로 영양 과잉을 걱정하는 요즘이야 복날이라고 해서 새삼스레 별도로 특별한 음식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덥건 춥건 균형 잡힌 식사에 휴식과 운동이 '보양식'이겠다.
그렇더라도 평소와는 다른 음식을 먹으며 복날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으리라.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늦은 귀가 (0) | 2023.07.13 |
---|---|
마지막으로 깨달은 뒤에는··· (0) | 2023.07.11 |
책『지리의 힘』 (0) | 2023.07.10 |
꿈과 현실의 음식 (0) | 2023.07.02 |
비 오는 날의 '손자병법' (0) | 2023.06.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