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만들기3 평범한 일상의 맛 주말 텔레비전에서 3년 남짓 억울한 옥살이를 한 캐나다 교민의 사연을 보았다.간절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감옥에서 풀려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한국음식점에서 김치찌개를 실컷 먹는 것이었다고 한다. 김치찌개는 그에게 오랫동안 그리워한 음식이며 비로소 자유로운 곳으로 돌아왔다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안도의 의미였을 것이다."뭐 먹고 싶어?""아침으로(점심으로, 저녁으로) 뭘 먹을까?"아내에게 이런 질문을 건넬 땐 늘 느긋한 기분이 든다.그 느낌이 좋아 이미 마음 속으로 만들 음식이 정해져 있는데도 일부러 물어볼 때도 있다.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은 축복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은 유명 음식점에서 나오는 것처럼 특별하고 화려한 모양과 맛이 나지는 않지만 일상.. 2024. 5. 20. 뗏목을 버린 후에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 부처님의 이 말씀은 다양한 의미와 용도로 인용된다. 60대 중반을 넘긴 나 같은 은퇴 세대에겐 지난 삶의 방식을 털어버리고 이른바 새로운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라는 경구(警句)로도 자주 쓰인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나의 직장 생활도 늘 숫자로 표시되는 목표치에 실적을 맞추려는 안간힘의 시간이었다. 나의 '뗏목'은 그것을 위해 떠돌아다닌 모든 발품과 거래처라는 인맥으로 엮은 것이었다. 강을 건너고 난 후 뒤를 돌아보며 연연해 하진 않았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갔고 거래처도 변함이 없이 존재했다. 뗏목은 저절로 버려졌다. 정년퇴직을 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그냥 밤을 새워 보는 거라고 말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있었다. 왜냐하면 뒷날 피곤할 걸 염려해서 한 번도 시.. 2023. 3. 8. 2020년 7월의 식탁 기록적인 더위가 있을 거라던 올 여름 날씨 예상은 긴 장마에 무색해지고 말았다. 7월 내내 높은 습도가 축축하게 몸을 적셨다. 초복과 중복이 지나고 이제 말복만 남은 채 8월에 들어섰지만 장마는 여전히 기세등등, 아침부터 장대비를 쏟아붓고 있다. 7월에도 삼 대가 둘러앉아 매 주 두 끼의 식사를 함께 했다. 더운 밥과 국물에서 번지는 따뜻함은 한여름 염천의 더위에도 더 가깝게 다가앉게 한다. 이 평범한 일상이 늘 평범하게 지속될 수 있기를. 손자친구는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에는 "음!"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8월에도 그 '엄치척'의 상쾌한 기운을 받아 장마 뒤에 찾아올 무더위에 대비해야겠다. '견마지로'(?)를 다하자! 2020. 8.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