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널기1 제주살이 4 - 옥상에 빨래 널기 밤 사이 비가 내리더니 날이 밝으면서 점차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창밖을 가리던 칙칙한 구름이 한라산 꼭대기로 몰려가자 강렬하고 눈부신 햇빛이 옥상 가득히 쏟아져 내렸다. 문득 햇빛이 아깝다는 생각에 서둘러 이불과 옷 빨래를 가져다 널었다. 숙소에 건조기가 있지만 제주의 햇빛과 바람에 댈 게 아니다. 빨래는 오래지 않아 바짝 마르고 햇볕을 가득 품어 뽀송뽀송해질 것이다. 옥상에 올라가 메밀 베갯속을 널었다 나의 잠들이 좋아라 하고 햇빛 속으로 달아난다 우리나라 붉은 메밀대궁에는 흙의 피가 들어있다 피는 따뜻하다 여기서는 가을이 더 잘 보이고 나는 늘 높은 데가 좋다 세상의 모든 옥상은 아이들처럼 거미처럼 몰래 혼자서 놀기 좋은 곳이다 이런 걸 누가 알기나 하는지 어머니 같았으면 벌써 달밤에 깨를 터는 가.. 2021. 9.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