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라2 옛 사람 산 정상에 올라 멀리 오밀조밀한 시가지를 내려다보면 '겨우 저렇게 작은 곳에서 우리가 복작대며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우리가 더 작아보이는 일망무제의 바닷가에 섰을 때도 비슷하다.명절 부근 추모공원으로 옛 사람을 만나러 간다.그곳에서 마주하는 사진 속 선한 얼굴에 마음은 애처롭게 흔들린다.잠시 우리도 그 표정을 닮아보려고 한다.호탕한 호연지기도 아프게 깨우친 선함도 다시 돌아온 쪼잔한 일상 속에서 쉽게 흩어져버리기도 하겠지만.공원묘지 가는 길에 구절초 한 세상 살아서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이 둥근 세상을 먼저 만들고 우리에게는 봉분을 건네주는데 손으로는 받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따뜻한 햇살 한 줄기 흘러들어 나를 키우네 누군지 모르는 그를 사랑하라거나 이름뿐인 그대를 섬기라는 눈빛.. 2024. 9. 20. 내가 읽은 쉬운 시 167 - 이사라의「밥의 힘」 어제는 우수(雨水)였다.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되는 날이다. 봄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겠으나 올겨울은 별로 춥지 않아서 계절을 구분짓는 절기(節氣)의 의미가 무색하다. 게다가 세상이 코로나바이러스로 근심이 가득하다. 더더구나 이즈음엔 아내의 상심마저 깊어 차라리 '우수(憂愁)'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작년 S와 이별한 뒤, 아직도 아내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여린 상처를 할퀴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놀랍게도 가까운 사람의 행태라 아내가 더 아파하는 것 같다. 이별의 과정에는 냉담했으면서도 슬픔이나 추억은 과장하고 그마저도 홀로 독점하려 한다. 조악하고 부끄러운 생리를 정작 본인은 인정하지 않는다.. 가장 뜨거운 기쁨도 가장 통절한 아픔도 사람으로부터 온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피해 가라는 옛말은 이럴 .. 2020. 2.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