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에 올라 멀리 오밀조밀한 시가지를 내려다보면 '겨우 저렇게 작은 곳에서 우리가 복작대며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우리가 더 작아보이는 일망무제의 바닷가에 섰을 때도 비슷하다.
명절 부근 추모공원으로 옛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곳에서 마주하는 사진 속 선한 얼굴에 마음은 애처롭게 흔들린다.
잠시 우리도 그 표정을 닮아보려고 한다.
호탕한 호연지기도 아프게 깨우친 선함도 다시 돌아온 쪼잔한 일상 속에서 쉽게 흩어져버리기도 하겠지만.
공원묘지 가는 길에 구절초 한 세상
살아서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이
둥근 세상을 먼저 만들고
우리에게는 봉분을 건네주는데
손으로는 받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따뜻한 햇살 한 줄기 흘러들어
나를 키우네
누군지 모르는 그를 사랑하라거나
이름뿐인 그대를 섬기라는 눈빛도 아닌데
가다 말고 돌아보는 저 세상에서의 속삭임을
나는 듣네
공원묘지 가는 길에 구절초 같은
생각 한 세상
살아서도 만날 것만 같은 둥근 세상
가을볕을 함께 걷네
- 이사라, 「성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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