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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다시 가을

by 장돌뱅이. 2024. 9. 19.

출처 : 민들레 박순찬 만화시사

긴 추석 연휴가 지났다.
 소심한 나로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죽어도(?) 아프지만 말아야 할 시간 같았다.

*만평 출처 : 경기일보 유동수 화백 만평, 전북일보 정윤성의 기린대로418,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

누군가는 아프다고 말하거나 피가 나는 것쯤은 조금 아픈 것이라는 증세 위로 진단을 내려주고, 의식이 없을 때만 응급실에 오라는 자상한 안내와 함께 연휴 중에 오면 환자 부담금이 크다는 가정경제를 위한 팁도 알려주고, 또 누군가는 의료공백으로 치료에 문제가 생기면 비행기로 해외로 실어나가겠다는, 스펙터클한 의료 세계화의 포부도 역설했지만.

질긴 여름 더위는 이제 정말 막바지라 며칠 내로 선선해진다고 한다.
새로운 계절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너도 잘 견디고 있는 거지.'
서로 그렇게 물어보자.
좋은 꿈들을 꾸어보자.

구름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덜 관심을 보이며
높은 하늘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가을은 온다
차고 맑아진 첫 새벽을
미리 보내놓고 가을은 온다

코스모스 여린 얼굴 사이에 숨어 있다가
갸웃이 고개를 들면서
가을은 온다
오래 못 만난 이들이 문득 그리워지면서
스님들 독경소리가 한결 청아해지면서
가을은 온다

흔들리는 억새풀의 몸짓을 따라
꼭 그만큼씩 흔들리면서
……
너도 잘 견디고 있는 거지
혼자 그렇게 물으며

가을은 온다

- 도종환, 「다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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